한이 많은 시계 브랜드를 하나 꼽으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시계 브랜드가 바로 론진(Longines)이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롤렉스나 오메가만큼의 인지도는 없지만, 기계식 시계의 역사에서 론진이 차지하는 기여도와 명성은 오메가에 절대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론진은 공식적으로는 1876년에 론진이라는 이름으로 세워진 회사이나, 설립자들은 이미 1832년에 론진을 구상하였으므로 어찌 보면 시계 브랜드들 중에서 3손가락 안에 꼽는 역사를 가진 회사라 말할 수 있다.
1876년에 세웠다 해도 일단 역사적으로 꿀릴 것이 없는데, 다른 브랜드에 비해 대단한 것은 무브먼트의 설계부터 케이스 제작, 완성품 제작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아웃소싱하지 않고-외주를 주지 않고 만들어낼 수 있는 메뉴팩쳐러였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메뉴팩쳐러는 롤렉스와 파텍, 세이코를 비롯해 몇몇 남지 않았다.
메뉴팩쳐러의 장점은 모든 부품을 직접 만들기 때문에 아무래도 외주를 맡기는 것에 비해 품질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한 지붕 안에서 하나의 컨셉으로 움직이니 품질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단점도 있는데, 가장 큰 단점은 회사의 덩치가 커진다는 것이다. 장사가 잘 될 때에는 몸집을 불리는 것이 당연하고 또 효율적인 반면, 장사가 잘 되지 않을 때에는 아무래도 인건비의 압박을 훨씬 더 받게 된다. 그래서 쿼츠파동과 같은 패러다임의 혁신이 일어나고 산업구조가 재구성 될 때에 회사가 휘청하는 경우가 많다. 영세업자도 휘청하고 줄줄이 도산했던 쿼츠파동을 론진이라는 공룡기업이 버틸리가 만무했다. 결국 론진은 스와치 그룹의 산하에 들어가게 된다.
뭐 이런저런 사정이 없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만은, 론진은 진짜 대단한 회사인게 지금 우리가 기계식 시계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기능들을 최초로 선보인 회사를 꼽을 때 이름이 가장 많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1900년도 되기 전에 1/15초 까지 측정이 가능한 크로노그래프를 최초로 만든 것이 론진이고, 초침이 달린 크로노그래프를 최초로 개발한 것이 바로 론진이며, 1912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연방체육대회에서 최초로 공식 타임키퍼로 선정된 것도 론진이다. 1930년도에는 역시 최초로 플라이백과 스플릿 타임 카운터를 개발하였으니, 정말 기술력에 있어서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브랜드가 바로 론진이다.
화려했던 역사에 비해 브랜드 포지셔닝 측면에서 봤을 때 중중하급을 담당하고 있으며, 가격대는 100만원 초반~300만원 대에 형성되어 있다. 워낙에 과거가 화려해서 그런지 시계들도 대부분 과거의 향수를 추억하는 클래식 라인업이 많다. 솔직히 말하면 거의 다 클래식 시계들이고 무슨 기준으로 나눈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리가 안되어 있다.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라인업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마스터 컬렉션과 레전드 다이버를 꼽을 수 있다. 마스터 컬렉션의 경우 월,일,요일이 표시되는 캘린더에 문페이즈, 크로노그래프, 듀얼 타임 기능까지 탑재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꽤나 복잡시계 축에 속한다. 그러면서도 클래식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어 IWC의 포르투기져와 쌍벽을 이룰 만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레전드 다이버는 옷 잘 입기로 소문난 배우 이동휘가 착용하여 다시금 대중의 이목을 끌고 있는 시계로, 사실은 이름에서와 같이 역사가 오랜 시계다. 1960년 최초로 출시된 레전드 다이버는 다른 다이버 워치와는 달리 이너 베젤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다른 특징은 뒷백에 그려진 잠수부로, 다른 다이버 워치들이 대부분 '해병대' 혹은 잠수부를 연상케하는 디자인 요소를 사용했다면 레전드 다이버는 한 손에 작살을 든 채로 바닷속을 탐험하는 어부의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아쉬운 점도 많고 서운한 것도 많은 론진이지만, 그래도 판매량을 놓고 보면 스위스 고급 시계 매출 순위를 매겼을 때 항상 Top 5안에 드는 튼실한 브랜드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또 인정해주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누군가 론진을 차고있다고 하면 말을 걸어보자. "혹시 시계덕후.. 아니 시계 좋아하세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