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치 그룹의 엔트리 브랜드 3대장 중 미국시계를 담당하고 있는 브랜드가 해밀턴이다. 해밀턴 하면 이태원을 떠올리는 사람도 분명 있을 텐데, 오늘은 시계에 집중하기로 하자. 이태원의 해밀턴은 다음에 꼭 다루기로 하겠다.
해밀턴은 1892년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탄생한 브랜드다. 당시 미국은 철도로 전국이 연결되는 시기였으며, 기차가 제 시간에 출발하고 도착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계가 필요했다. 이 철도용 시계를 해밀턴이 공급하기 시작하며 내실을 키우게 된다. 이후 항공 기술이 발달하며 항공 시계들도 만들어 제끼기 시작했고, 1, 2차대전을 거치며 군인들이 사용할 시계도 대량으로 찍어내며 성장하게 된다.
지금은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정확한 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손목시계는 악세서리의 개념이 되어버렸지만, 당시에는 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한다는 것이 산업의 발달과 생존에 연결된 문제였기 때문에 해밀턴 시계는 불티나게 판매될 수 있었다.
이후 스위스로 거처를 옮겨 IWC와 함께 미국 출신 명품 시계회사로 입지를 굳혔으나, 쿼츠 파동 이후 맥을 못추며 IWC 손잡고 함께 파산의 길을 걸었다. 이후 해밀턴은 스와치 그룹에, IWC는 리치몬트 그룹에 각각 사이좋게 인수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함께 파산한 것은 맞으나 해밀턴의 경우 태생이 럭셔리 시계는 아니었어서 그런지 스와치 그룹 내에서는 중저가의 라인업을 담당하고 있다. 참고로 스와치 그룹의 중저가 3대장은 티쏘(Tissot), 해밀턴(Hamiltion), 미도(Mido)가 있다. 해밀턴은 그래도 나머지 2개 회사보다는 2mm정도 윗급이다.
해밀턴은 미국회사라 그런지 헐리웃 영화에 협찬을 많이 하는 편이다. 가장 유명한 협찬으로는 대놓고 협찬으로 이슈가 된 인터스텔라가 꼽힌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야기하자면 사실 인터스텔라 촬영 당시 저 디자인의 시계는 없었고, 급하게 만들어낸 시계라 한다. 굳이 저런 디자인을 요청하는 미술감독도, 또 그걸 그 단시간 안에 만들어내는 해밀턴도 참 대단하다.
영화에 출연한 시계는 3년이 지난 2017년에 머피 에디션으로 정식 제작되어 출시되었다. 스와치 그룹의 새로운 범용 무브인 ETA2824 기반의 80시간 파워리저브 무브먼트를 장착하였고, 날짜창은 없으며 방수는 100m이다. 특이한 점은 초침에 모스 부호로 "유레카(EURECA)" 라고 프린트되어 있다는 점이다. 눈으로 봐서는 잘 안보인다. 루페로 봐야 한다. 이런 깨알같은 디테일은 아주 칭찬할 만 하다.
해밀턴 시계의 대표적인 라인업은 카키, 브로드웨이, 재즈마스터, 아메리칸 클래식 등 이것 저것 많은데, 카키와 재즈마스터만 알면 된다. 벤츄라라는 라인업도 있는데, 세모다. 오타 아니고, 진짜 세모다. 내 20년 시계인생 내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시계다. 심지어 국내 해밀턴 매장에서조차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1. 해밀턴 카키 필드(Hamilton Khaki Field)
해밀턴이 국내에 소개될 즈음엔 사실 재즈마스터로 훨씬 더 유명했다. 당시 가격대비 굉장히 디자인이 잘 나와서 정장용 기계식 입문 시계를 고를 때에 티쏘의 르로클과 함께 항상 고민의 대상이 되었던 시계가 재즈마스터인데, 요즘은 오히려 카키 라인업이 더 인정받고 있다. 가장 유명한 시계로는 카키 필드 메카니컬로, 2차대전때 육군에서 사용하던 필드시계를 복각한 라인업이다.
이 가격대에서는 드물게 수동 무브먼트를 탑재했다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기존의 ETA2824에서 자동 감기 모듈을 제거한 ETA2804 무브를 탑재한 구형 모델과, 마찬가지로 자동 감기 모듈은 삭제했지만 80시간으로 파워리저브를 늘린 신형 무브를 탑재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10만원 차이이니 왠만하면 신형무브를 탑재한 녀석으로 샀으면 좋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가격대비 너무 장난감같은 느낌에 실망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6만원 더 주고 오토매틱 모델을 사겠다.
2. 해밀턴 재즈마스터(Hamilton Jazz master)
째마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티쏘의 르로끌과 가성비 드레스워치로 쌍벽을 이루던 시계다. 요즘은 다이얼에 구멍을 내놓고 밸런스휠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오픈하트를 밀고있는 것 같은데, 오픈하트같은 시계들은 금방 질린다는 단점이 있다. 내가 가장 추천하는 모델은 이것 저것 달리지 않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기본 뷰메틱 모델이다.
90만원이 안되는 금액에 이 정도 디자인과 마감, 무브먼트를 탑재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엄청난 메리트이다. 사회 초년생이 사기에 무난한 시계인데, 시계에 크게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솔직히 은퇴할 때 까지 차고다녀도 될 만큼 예쁜 디자인과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 르로끌과의 차이는 야광과 다이얼 사이즈다. 실제로 차 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사면 된다. 둘 다 충분히 좋은 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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