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 언급했다시피 나는 안경 매니아다. 시력을 보정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역시나 더 중요한 목적은 못난 얼굴을 어떻게하면 조금이나마 볼 만 하게 만드느냐이다. 오징어도 정우성으로 만들어주는 그런 마법의 안경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래도 오징어를 사람 비스무리하게 만드는 안경은 분명히 있다. 오늘 소개할 안경이 바로 그런 안경이다. 안어울리는 사람이 없는 안경, 보스턴 쉐입의 대명사, 아넬이다.
보스턴 쉐입 안경이라굽쇼?
안경의 모양은 동글이안경, 네모 안경, 육각형 안경, 타원형 안경 등 각양각색이지만, 굳이 두 가지로 유형으로 나누고자 한다면 크게 보스턴 쉐입과 웰링턴 쉐입으로 나눌 수 있다.
눈꼬리가 살짝 쳐졌기 때문에 아무래도 인상이 부드러워지는 효과가 있다. 특히 동양인들의 경우 본의 아니게 눈이 양 옆으로 찢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첫인상이 좋기가 쉽지 않은데(내얘기임) 눈꼬리를 안경으로나마 밑으로 내려주면 한결 순한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다. 밑에 애처럼 말이다.
웰링턴 쉐입 안경은 또 뭐?
웰링턴 쉐입은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영국에서 유행했던 스타일로, 대부분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사각형의 모양을 하고 있다. 눈꼬리가 올라가 있기 때문에 차가우면서도 날카롭고 지적인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기 때문에 강아지상의 얼굴을 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도전해 볼 만한 모양의 안경이다.
웰링턴 스타일을 잘 소화해내는 연예인으로는 아무래도 콜린 퍼스 형아를 들 수 있다. 이 신사분께서는 다소 각진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스퀘어 쉐입의 웰링턴 안경을 자주 쓰는데, 이게 또 그릏게 멋질 수가 없다. 아무래도 기본 인상이 골든 리트리버같이 순둥한 이미지라 차가운 느낌의 웰링턴 안경이 오히려 밸런스를 잡아주는 효과가 있는 듯 하다. 물론 안경을 벗어도 기본적으로 잘생겼다는점은 함정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오늘 알아볼 안경은 보스턴 타입의 안경으로, 그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기본적이면서도 활용도가 높은 아넬형 안경 되시겠다. 현재 우리나라에 유통되고 있는 아넬형 안경은 1. 타르트옵티컬 아넬 헤리티지(Tart Optical Arnel Heritage) / 2. 모스콧 렘토쉬 (Moscot Lemtosh)가 대표적이다.
그 외 일본 브랜드로 하만 옵티컬의 월리스(Harman Optical Wallis), 금자안경의 KC-60 (Kaneko Optical KC-60)를 비롯, 국내 하우스 브랜드의 퍼블릭비컨의 뮤지엄, 에쉬크로프트의 긴즈버그 등 뭐 천지삐까리지만... 오늘은 타르트 아넬과 모스콧 램토쉬만 보기로 하자. 사실 타르트도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타르트옵티컬 아넬
요즘이야 뭐 린드버그를 필두로 한 동글이 실테 안경이 주류지만, 2014년만 해도 안경 쓴 사람의 열에 아홉은 뿔테를 착용하고 있었다. 초등학생, 중학생, 대학생, 군인, 직장인 할 것 없이 다들 뿔테안경을 장착하고 있었고, 그 모양도 사실 검은색 사각형으로 다 거기서 거기였다. 그 잔잔한 흙탕물에 한 조각 돌멩이의 역할을 한 것이 사진의 주인공, 조니뎁이었다.
조니뎁의 저 사진은 웰링턴 뿔테안경만 난립하던 안경 시장에 신선한 반향을 불러왔으며, 동네 안경원에서 접할 수 없는 높은 가격대(30만원 이상)로 안경 제조사에도 크나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니, 변방에 있던 두 개의 안경 회사가 서로 본인의 안경이야말로 조니뎁이 착용한 오리지날이다! 라며 등장했는데, 그 두 회사가 바로 모스콧과 타르트옵티컬이다.
모스콧 렘토쉬 (MOSCOT Lemtosh)
모스콧은 1915년에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브랜드다. 실제로는 1899년 부터 손수레에 안경을 쌓아놓고 팔았는데, 당시에는 모스콧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면 불법 노점상을 하던 기억이 상처로 남아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모스콧은 본인들의 역사를 1915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는 4대인 Harvey 모스콧이 운영하고 있으며, 5대인 Zack Moscot이 최고 디자인 책임자로 일하고 있으니 5대에 걸친 가족경영 업체인 것은 확실하다.
대표적인 모델은 역시나 램토쉬(LEMTOSH)이며, 전형적인 아넬형 디자인에 색깔도 스물한가지나 된다. 소재는 아세테이트고, 사이즈는 44, 46, 49, 52로 다양하다. 다양한 사이즈를 갖춘 것은 모스콧의 철학으로, 사람마다 얼굴 크기와 동공간의 거리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에게 최적화된 사이즈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라 볼 수 있겠다.
안경으로 추천할 만한 사이즈는 여성이거나 얼굴이 작으면 44 사이즈, 그 외에는 46사이즈이다. 49와 52 사이즈는 안경보다는 선글라스용으로 추천한다. 49사이즈를 넘어가면 왠지 아넬의 그 갬성이 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장점으로는
- 다양한 사이즈
- 다양한 컬러
- 매장이 많아 편하게 착용해 볼 수 있음
단점으로는
- 코받침이 낮아 동양인으로서 열받음
- 심지어 중국산인데 왜 동양인의 코를 고려하지 않은 걸까?
- 중국산임에도 비싼 가격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코패드가 달린 버전도 출시하고 있으니 1번 단점은 상쇄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산이라는 점은 다른 아넬형 안경들과의 전투에서 조금은 후달리는 느낌이 없지않다.
필자는 44사이즈 블랙 컬러와 49사이즈 톨토이즈 컬러를 갖고 있었다. 49사이즈는 2014년에 구입하여 2년 동안 열심히 쓰다가 팔았고, 44사이즈는 최근에 구입했는데, 역시나 얼마 못가 판매하고 말았다. 팔아버린 가장 큰 이유는 사실 안경때문은 아니고, 내 코 때문이다. 어렸을 때 잠자고 있다가 옆에 세워놓은 밥상이 쓰러지며 코뼈를 때렸는데, 그 때 휘어진 이후 교정을 하지 않아 지금까지 휜 상태로 살고 있다. 때문에 코패드가 없는 안경은 어떻게 피팅을 하더라도 얼굴에 편하지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중고나라행으로...
타르트 옵티컬 아넬 (TART Optical Arnel)
사실 조니뎁이 착용했던 원조 타르트 옵티컬은 이미 예전에 망해버려서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오잉? 그렇다면 국내에 유통되는 타르트 옵티컬은 무엇이냐? 한다면 "국내의 레인코트라는 회사가 타르트 옵티컬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상표등록을 해놓고 과거의 찐 타르트 옵티컬 제품들을 복각해서 파는 것이다." 라고 답할 수 있겠다.
결국 오리지널리티를 따지자면 모스콧과는 거리가 꽤 있지만, 그냥 안경 자체만 보자면 나름 원조 타르트 옵티컬의 제품들을 꽤 좋은 퀄리티로 복각해 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안경으로는 역시나 아넬 헤리티지(Arnel Heritage)를 꼽을 수 있다.
아넬의 사이즈는 46, 49mm로 모스콧에 비해 선택지가 적다. 브릿지는 24mm로 램토쉬와 동일하며, 색상은 19가지로 램토쉬에 비해 2개가 모자란다.
램토쉬 대비 장점으로는
- 코받침이 높아 흘러내림이 적다
- Made in Japan으로 중국산보다는 조금 더 신뢰감이 듦
- 앤드피스가 램토쉬에 비해 얇상하여 조금 더 빈티지한 느낌 연출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코받침이 램토쉬에비해 높아서 어쩌면 이 안경은 내 코뼈를 용서해줄지도 몰라 하는 기대로 46사이즈를 구매하였었으나, 역시 높낮이는 문제가 아니었다. 결국 수차례 피팅만 하다가 역시 중고나라로 팔려가게 되었다.
휜 코뼈를 다시 성형해볼까 알아보다가, 안경 때문에 수십만원을 주고 코를 성형하기에는 돈도 돈이고 무서워서 그만뒀다. 내 인생에 뿔테는 없는 것인가 하며 좌절하던 중에 디자인적으로 가장 오리지널리티와 완성도가 높다는 하만 옵티컬을 찾게 되고, 휜 코뼈는 까맣게 잊은 채로 하만 옵티컬을 찾아 떠나게 되는데...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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