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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캠프라인 등산화 블랙스톰 사용기 - 노스페이스를 버린 이유

by Kim Editor 2019.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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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드는 운동은 끔찍이도 싫어했었다. 사실 힘이 안드는 운동은 없기 때문에 그냥 운동을 싫어했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천성이 게을러서인지 몸을 움직여 숨이 가쁘고 땀이 나는 상황이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운동이라고는 휴가간 호텔 수영장에서 맥주 한 병 놓고 이 쪽 끝에서 저 쪽 끝까지 왕복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맘같아선 왕복도 안하고 그냥 쉬고 싶었으나 맥주를 마셔야 했다.

그러다 산의 매력에 빠지게 된 건 지난 추석, 긴 연휴를 맞아 한가해진 동네 형이 '등산이나 갈래?' 라고 물어보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사실 '아니, 다음에.' 라고 거절하고 싶었으나 이미 네 번 정도 거절한 터여서, 또 거절했다가는 한소리를 들을 상황이었다. 등산은 군대에서 유격훈련 이후 거의 처음이라 등산복이고 등산화고 아무것도 없었다. 슬쩍 '나 등산화가 없어서 힘들 것 같은데...' 라고 했으나 '인왕산은 그냥 운동화 신고 갔다올 수 있어.' 라는 대답에 더 이상 빠져 나갈 구멍이 없었다. 그렇게, 운동화를 신고 인왕산을 올랐다. 

가을의 인왕산은 아름다웠고 나는 왜 저렇게 입을 벌리고 다녔는지 모르겠다. 

첫 번째 산행에 내가 적합하게 갖춘 장비라고는 전자시계밖에 없었다. 나는 집에서 입던 그대로의 회색 반팔티와 신축성이 좋은 면바지(...) 등산가방 대신 에코백(...?), 물통 대신 스타벅스 텀블러(...???)를 챙겨 인왕산으로 향했고 에코백과 신발과 면바지와 땀에 젖은 반팔티가 생각보다 거슬린다는 생각을 하며... 산에 올랐다. 인왕산은 야트막한 높이만큼이나 모든 복장에 관대해서 험한 자갈길이나 암벽길을 오를 필요는 없었다. 

 

선글라스 가져오길 천만 다행

오랜만의 산행은, 정말 너무 만족스러웠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광경은 속이 너무 시원하여 이 좋은 운동을 왜 안하고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거짓말처럼 들릴 지 모르겠지만, 우리 아버지의 다음 카페 닉네임이 '산사나이'인데, -처음 그 사실을 알게되었을 때 아버지를 놀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산사나이?! 아이고 아버지 뱃살을 좀 보고 그런 별명을 지으시던가. 산에 잘 다니지도 않으시면서 무슨 산사나이에요 산사나이가."-문득 내 닉네임도 산사나이 주니어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산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하산하고나서 처음 한 일은 막걸리를 마시며 등산화를 검색하는 일이었다. "인왕산은 운동화로도 되는데, 북한산에 가려면 등산화가 꼭 있어야 해" 라는 동네 형의 말에 막걸리를 마시자 마자 등산용품의 성지라는 종로5가로 향했고, 내가 살 등산화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이름도 멋지다 블랙스톰 제타라니... 닉네임을 블랙스톰 제타 주니어로 바꿀까

캠프라인을 선택한 이유는 아주 명확했다. 인왕산을 오르는 사람 중 열에 일곱이 캠프라인을 신고 있었기 때문이다. 등산은 안했지만 블랙야크나 노스페이스같은 브랜드는 많이 들어봐서 당연히 블랙야크가 많을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다들  캠프라인 등산화만 신고있었다. 막걸리를 마시는 동안 폭풍검색을 마친 결과, 우리나라 산은 바위가 많아 바위에 최적화된 신발이 최고이며, 그 중 최고는 릿지 엣지 기술을 적용한 캠프라인이라는 것이었다. 

 

이게 릿지 엣지라는건데... 쉽게 얘기하면 최첨단 안미끄러짐 기술이다.

릿지 엣지가 얼마나 뛰어난지 기술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산뽕에 취한 나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할 수는 없지. 암.' 이라는 편견으로 곧장 캠프라인 매장으로 향했고, 북한산을 넘어 안나푸르나를 대비할 경우를 상상하며 제일 튼튼해 보이는 블랙스톰제타라는, 이름도 참 멋있기 그지 없는 신발을 현금결제하고 나왔다. 왠지 안나푸르나의 광포한 눈폭풍 속에서도 나를 정상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옮겨줄 것 같았다. 

 

블랙스톰제타와 함께라면 안나푸르나 따위...

그렇게 등산화를 장만한 후, 주말이면 곳곳을 돌아다니며 등산을 즐겼다. 인왕산의 친구 북한산, 또다른 친구 안산, 북악산, 청계산,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등등 서울에서 하루 안에 등반할 수 있는 산은 죄다 한두번 씩 다닌 것 같다. 과연 도봉산 부터는 등산화가 없으면 위험한 지형이 많았고, 그럴 때 마다 나는 조여맨 블랙스톰 제타가 참 든든했다. 게다가, 키높이 효과가 꽤 있어서 사진을 찍으면 좀 더 길게 나오는 건 덤이었다. 

 

 

확실히 다리가 길어보인다. 배는 왜 확대가 된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캠프라인 등산화에 만족하냐고? 나는 이 등산화를 신고 산을 다니며 사람들에게 2018년 최고의 지름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산을 다니며 조금이나마 건강해진 것도 분명 만족도에 기여하는 부분이고, 무엇보다 너무나 튼튼하고 든든한 느낌이라 왠지 내가 죽고 썩어도 신발은 멀쩡히 남아있을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화려한 디자인의 노스페이스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고? 산에 올라 흙먼지 뒤집어 써 보면 알게 된다. 그리고 그거, 유행 지나면 구려보인다. 조금 투박해 보일지라도, 오래오래 믿을 수 있는 등산화를 찾는다면 캠프라인 매장으로 달려가시길.

2019년 10월 16일 발행 by Cheolso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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