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형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라면 누구나 거쳐야 할 관문이 있다. 첫 번째는 구글로부터 애드센스 승인을 받는 일이고, 그 다음은 이 사람이 실존하는 사람인지 확인하기 위해 구글에서 보내는 애드센스 PIN을 등록하는 것이다. 애드센스 승인을 받으면 일단 광고가 게재되기 때문에 수익은 발생할 수 있지만, 그 수익을 받으려면 반드시 애드센스 PIN을 등록해야 한다.
애드센스 광고 수익이 10달러를 넘기면 PIN을 보내주는데, 이게 골 때리는 것이 핸드폰도 5G가 된 이 시국에 아직도 우편으로 PIN 번호를 보내준다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액수가 왔다갔다하는 PAYPAL도 안 하는 우편 인증을, 21세기에, 구글이 아직도 이런 낡은 방식을 고수한다는 것이 이상하긴 하지만 어쨌든 애드센스의 세계에서는 구글이 갑이니 구글의 방식을 따라야 한다. PIN을 30일 동안 인증하지 않으면 광고가 끊기기 때문이다.
나는 처음에는 PIN이 뭔지도 몰랐고, 10달러가 넘으면 자동으로 발송된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하도 도착을 안하길래 주소가 잘못되었나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예전 주소로 PIN을 보내 놓아서, 부랴부랴 주소를 수정하고 다시 PIN을 요청한 게 10월 10일이니 벌써 40일 전의 일이다.
PIN을 기다리는 동안 남들은 얼마만에 받았는지 구글링도 해보고, 나는 왜 안 오는지 우체국에 전화도 해 보고 혹시나 수정한 주소에 오타가 있는 것인지 하루에도 몇 번씩 애드센스 페이지를 확인했었다. 이게 15일이 넘어가니까 슬슬 귀가할 때 '오늘은 PIN이 왔을까'하며 집 도착 10분 전부터 설레기 시작해서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면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마치 연애하는듯 한 감정이 생겼다가, 25일쯤 되니 반복되는 실망에 도대체 왜 구글은 이따위 방법을 쓰는 건지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으로 발전, 30일부터는 뭐랄까 '오늘도 분명 안 왔겠지? 하하 이젠 괜찮아 언젠가는 올 거야.' 하는 해탈의 경지까지 맛보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PIN 우편이 도착했다. 참고로 오늘은 2019년 11월 20일이다.
알고 보니 내 PIN은 말레이시아에서 발송한 것이었다. 우편으로 보내는것도 신기한데, 그걸 굳이 해외에서 보내는 것도 참 신기하다. 내가 알기로 구글 코리아 사무실이 서울시 강남구에 있다. 내가 사는 곳은 아현동이고, 구글코리아에서 편지를 들고 출발하면 우리 집까지 세 시간 30분이 걸린다. 걸어서 말이다.
석사 이상의 고학력자만 채용하기로 유명한 구글에서 이런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PIN을 받은 나로서는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기로 했다. 잽싸게 봉투를 뜯어 PIN을 애드센스 계정 > 설정 > 계정 정보 탭에서 주소 인증을 클릭하면 PIN 등록 화면이 나오고, 하단의 입력란에 6자리 숫자를 입력하면 모든 과정이 끝난다.
인증을 마치고 F5를 눌러 페이지를 새로고침하니 드디어 지긋지긋하던 PIN 인증 독촉 알림이 사라졌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깨끗한 애드센스 메인화면이다.
사실 PIN 인증이 늦어져 광고가 멈춘 10여일 동안 블로그에 대한 재미도 약간 시들해진 참이었다. 광고가 나오며 조회수가 늘고 클릭이 발생하는 걸 보는 게 블로그를 키워가는 재미인데, 재미를 빼앗기니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이제 다시 광고 수익이 나기 시작했으니 한번 더 블로그 운영에 박차를 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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