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년에 두 번 정도 장염에 걸려 고생을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설날, 둘째가 추석이다. 둘의 공통점은
- 많이 먹는다.
- 평소에 안먹던 음식을 먹는다.
-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이번 설날에도 3콤보를 피하지 못하고 장염에 걸려 이틀 동안 앓으면서 '저번 추석때 어떻게 했드라...'를 돌이켜보는 나를 보며 나도 참 미련한 놈이구나 하는 반성을 했다.
어찌되었건, 일년에 두 번씩 꾸준하게 장염을 극복해왔던 필자의 모든 노하우를 집대성하여 준비해 봤다. 오늘의 주제는 장염 빨리낫는법이다.
장염 빨리낫는법
1. 장염의 원인 및 예방
장염은 기본적으로 바이러스로 인한 장내 점막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으로, 평소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오염되지 않은 음식만을 먹는다면 걸릴 일이 거의 없는 질환이다. 하지만 나같은 경우 면역력이 떨어져 있을 때 뭔가 많이 먹어서 장이 일단 1차 파업을 하고, 그 상태에서 꼬막무침이나 어리굴젓같이 상하기 쉬운 음식을 허겁지겁 먹으면 예외 없이 장염에 당첨되었던 것을 미루어 보면, 사람마다 오염된 음식에 저항하는 능력이 다른 것 같다. 그러므로 장염에 걸리지 않으려면,
- 손을 자주 씻고 목욕도 하루에 한 번은 할 것
- 과식, 폭식은 금물
- 음주는 치명적(술에 취해서 배부른지 모르고 계속 먹게됨)
- 뜨거운 음식만 먹기 - 뜨거웠다가 식은 음식은 특히 주의
- 모험은 금물 - 평소에 안먹는 메뉴를 어른들이 권한다고 넙죽 받아먹지 말기
정도가 있겠다. 이 외에 평소 프로바이오틱스같은 장에 좋은 유산균을 복용하고 있다면 좋고, 평소 운동을 많이 해서 기본적으로 건강한 체질이라 한다면 금상첨화다.
장염 증상
장염에 걸리면 일단 배가 아프다. 말 해 무엇하겠는가. 배가 너무너무 아파서 데굴데굴 구를 정도라 하면 장염이 아니고 맹장일 수도 있으니 당장 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다. 그 정도는 아니고 아랫배가 쿡쿡 쑤시는 경우가 장염이다. 그 밖의 장염 증상으로는,
- 춥다.
- 토할 것 같다.
- 설사가 잦고 몸에 기운이 없다.
- 복부 팽만감
정도로, 이 중에 3개 이상이라 한다면 장염에 당첨된 것이다. 이제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한다.
장염 정복 노하우
1. 금식
장염에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지금 장에 들어차 있는 오염물질을 모두 밖으로 분출시키고(?) 장을 비워놓는 것이다. 간혹 흰 죽이나 미음정도는 괜찮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가장 좋은 것은 아무 것도 먹지 않는 것이다. 너무너무 배가 고프고 기운이 없어서 화장실에 갈 힘조차 없다면 뭐라도 조금 먹을 수 밖에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일단 굶자. 먹어봐야 어차피 설사할 거, 간헐적 단식이라 생각하며 버티는 것이 좋다.
2. 충분한 수분 섭취
말 안해도 알겠지만, 이 포스팅을 보고 있다는 것은 이미 설사를 3회 정도는 했다는 것이다. 본의 아니게 TMI를 하자면 설사는 대부분이 수분이다. 우리 몸은 80% 이상이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설사로 배출된 수분을 잽싸게 채워주지 않으면 탈수증상이 일어나고 몸의 대사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때문에 지속적으로 수분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그럴 마음도 안들겠지만, 목마르다고 찬물을 벌컥벌컥 마시면 장염이 악화될 수 있으니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좋고, 이온음료를 통해 전해질을 보충해 준다면 더 좋다. 이온음료 역시 마트에서 사오자마자 먹으면 차가우므로, 입에 머금고 있다가 조금씩 넘기는 것이 좋다.
3. 배를 따뜻하게
장염 빨리낫는법 중에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핫팩을 배에 대고 있는 것이다. 장에 침범한 바이러스를 쪄죽이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핫팩이 없다면 수건을 적셔 전자레인지에 돌린 수 대고 있거나, 혹은 물을 끓여 페트병에 담고 수건으로 싸서 배에 얹어도 된다. 너무 뜨거우면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일단 핫팩을 배에 대고있는 것 만으로 콕콕 쑤시던 배가 조금은 편안해지며, 꾸룩거리며 장운동이 활발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4. 그래도 안되면 병원으로
가장 확실하면서 돈이 많이 드는 방법은 병원에 가는 것이다. 인터넷에 각종 유용한 정보가 많지만, 역시 의사선생님만큼 확실한 정보는 없다. 게다가 병원에 가면 수액을 맞을 수 있는데, 주사바늘이 들어갈 때에는 따끔하지만 수액이 퍼지는 순간부터 통증이 40%정도는 완화된 듯한 느낌적인 느낌과 함께 몸의 기운이 회복되는 놀라운 체험을 할 수 있다. 위의 방법을 다 해봤는데 소용이 없거나 장염이 이틀 이상 지속된다면 얼른 병원으로 가자.
결론
장염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적어놓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장염에 걸릴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맨 위에 언급한 장염의 원인 및 예방을 숙지하고, 명절이 되면 일단 조심하자. 어른들이 음식을 끊임없이 내오면서 '아니 자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은가? 왜이리 먹지를 않는 겐가?' 하면 '어르신, 왠지 이거 한 젓가락 입에 넣는 순간 장염이 올 것 같은 예감입니다.' 하면 대충 넘어가 주실 거다. 물론 점수를 따고 싶다면 일단 장염에 걸린 후에 '아이고 그이가 글쎄 차려놓은 음식을 다 먹느라 장염에 걸렸지 뭐에요.' 라는 이야기가 흘러나가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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