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면도에 관심이 많아졌다. 평소에 쓰던 면도기는 건식 전기면도기였는데, 초등학생 손바닥만한 크기의 여행용 '산요'의 면도기였다. 왜, 종로 3가 혹은 5가 쪽으로 걸어가다보면 좌판에서 한 번쯤 봤을만 한 그 네모난 면도기, 그거 말이다. 사실 수염이 많이 나지는 않는 편이라 면도나 면도기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점심 먹고 올라와서 거울을 보면 코 밑에 그늘이 진 것 마냥 거무스레한 것이 영 지저분해 보였다.
이제서야 나도 남자의 반열에 오른 것인가 하는 뿌듯함과, 이거 영 지저분해 보이니 면도를 깨끗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구글링을 해보니 '와이즐리' 라는 브랜드의 면도기가 핫했다. 몇 년 전에 'Dollar Shave Club'이라고 미국에서 시작한 면도날 구독 서비스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것의 한국 버전인 것 같았다.
와이즐리의 경우 면도날 하나에 1달러는 넘는 수준이긴 하지만 여하튼 면도기가 필요하기도 하고 호기심도 생겨 기본 셋트를 주문하여 사용해 보았다. 돈받고 쓰는 블로그 아니다. 때문에 깔건 깐다.
와이즐리 면도기 사용 후기
와이즐리 홈페이지를 통해 주문했고, 택배는 하루만에 왔던 것 같다. 가격은 저 패키지 구성(면도기+면도날 두개)으로 8,900원으로, 확실히 쉬크니 질레트니 저글링이니 하는 고급 브랜드보다 저렴했다. 디자인도 솔직히 딱 그정도... 오히려 최첨단의 기술이니 뭐니 해서 복잡하게 만들어 놓은 것 보다는 훨씬 나았다. 이시국에 굳이 빗대기는 뭐하지만 무인양품의 디자인을 보는 것 같달까.
면도날은 독일의 최첨단 기술과 가공 엔지니어링 테크놀로지가 퓨전하여 개발해낸 커팅 엣지 기술의 결정체인 5중날이다. 결국 5중날. 요즘은 거의 스탠다드가 5중인 것 같다. 7중은 좀 과한 느낌이 있다. 무슨 털복숭이도 아니고 5중이면 왠만한 성인 남성의 수염은 무리없이 밀어버릴 수 있다.
어찌되었든 면도기의 가장 중요하면서 그저 면도기의 존재 이유인 면도성능을 테스트해봤다. 사실 아침에 면도를 이미 했기 때문에 수염이 아직 덜 올라온 저녁에 테스트하는 것이 무슨 그리 큰 의미가 있을까 싶었지만, 습식 면도기가 오랜만이기도 하고, 또 독일산 최첨단 테크놀로지 면도날은 과연 얼마나 절삭력이 좋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해보는 습식 면도라 조심조심 슥삭슥삭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만큼 절삭력이 좋지는 않았다. 독일산 면도날의 장점을 그렇게 어필을 하길래 와 진짜 새로운 세상의 절삭력일까 하는 초특급 기대가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수염이 그리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피부를 잡아뜯는 느낌이 들었고, 역방향으로 날을 움직일 때에는 너무 많이 걸려 몇 번 밀다가 포기했다.
뭐 기대만큼 울트라한 절삭력은 아니었으나, 이거는 내 면도 습관이나 수염 컨디션에 따라 다른 사람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더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겠다. 다른 블로그들을 보니 매우 만족한다는 후기도 많은 것을 보면, 가격을 생각했을 때 꽤 괜찮은 선택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계속 구독해서 쓸거냐고? 일단 다른 면도기도 써 보고 결정할거다. 이미 다른 면도기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와이즐리로 정착하는건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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