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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따라 맛따라

을지로 맛집 양미옥 / 대통령의 선택 / 나는 비추천

by cheolsoo2 2019.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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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아닙니다. 떡볶이보다 열 배 비싼 양대창이에요.

오랜만에 아내와 외식을 했다. 입이 고급이신 아내는 양대창, 혹은 참치를 먹고 싶다고 했고, 나는 "요즘 일본 방사능 때문에 참치 먹기가 께름칙한데 양대창을 드십시다." 하여 을지로의 양미옥을 찾았다. 맛있었냐고? 둘이서 특양 2인분, 대창 1인분 포함 11만 7천 원어치를 먹고 나왔는데 맛이 없었어도 맛있었다고 할 거다. 그리고 실제로, 맛있다. 

 

※미리 알아두면 좋은 정보

업체명: 양미옥

업력: 몇 년에 시작했는지는 모르겠고 3대째라 하니 대충 90년 넘은 듯

전화번호: 02-2275-8838

영업시간 : 11:00~22:00 / 라스트 오더 21:30

Wi-Fi: 가능

주차: 실질적으로 불가

반려동물: 불가

공부하기: ★ (먹느라 바쁨)

데이트: ★★ (역시 먹느라 바쁘며 그냥 아재느낌남)

일하기: -★★(마이너스 별 다섯 개임 여기서 일할 생각은 접어야 함)

커플: 중간

가격: 특양 200g 33,000원, 대창 200g 32,000원, 갈비 300g 38,000 (2019년 10월 기준)

주소: 서울 중구 충무로 62구(지번) 주소 을지로 3가

 

특양은 깐양이라고도 하며, 소의 첫 번째 위(제1위)를 일컫는다. 소는 위가 4개나 있는데(철저한 분업...) 첫 번째 위가 날것의 풀을 처리해야 하니 아무래도 제일 할 일이 많다. 그러다 보니 근육의 비중이 많아 고단백의 보양식으로 옛날부터 사랑받아온 부위라고 할 수 있다. 다들 검색해 봐서 아시겠지만 그 유명한 <동의보감>, <본초강목>에서도 양깃머리는 기력이 약한 사람이나 환자에게 좋고 기력 회복, 골다공증, 양기부족 등의 증상에 효험이 있다 하니 뭐 말 다했다. 

저기 써있네. 특양... 삼만이천냥... 핵꿀맛...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한다니까

어쨌든 소의 고기중 드물게 건강에 좋다 보니 인기가 많다. 을지로의 양미옥은 그중에서도 특히 인기가 많은 곳이다. 본점은 을지로3가역 6번 출구로 나와 뒤를 돌아 오른쪽을 바라보면 스무 걸음 안에 도착할 수 있는데, 평일에는 저녁 8시까지는 줄을 서는 경우가 태반이다. 때문에 회식을 하거나 할 이야기가 많은 친구와 함께 간다면 먼저 가서 줄을 서는 것이 여러모로 바람직하다.

 

식당에 들어서면 이모님(분명 나랑 7 다리 걸치면 아는 사람일 테니 이모라는 호칭이 썩 억지스럽지는 않음. 누님이라고 하기엔 좀 그러니깐)이 메뉴를 추천해 주시는데, 보통 특양 2인분에 대창 1인분이다. 98,000원을 쓰게 하는 데 거의 10초도 걸리지 않는다. 영업의 달인이다. 어쨌든 추천받은 대로 먹으면 두 명이 먹기에 부족함이 없다. 

 

양미옥 반찬 구성 - 소주도 반찬이지 뭐

기본 찬은 상추 겉절이, 묵무침, 무생채, 무말랭이st 무 무침, 무 동치미로 그냥 무 파티다. 주인장이 무 농사라도 짓는 건가 싶겠지만 원래 무와 소고기는 궁합이 좋다. 소고기 뭇국 생각해봐라. 맛도 좋고 소화도 잘 된다.

 

특양은 불 조절과 굽는 시간이 중요하다 보니 이모님이 직접 다 구워주시는데, 사람이 많을 때 가면 아무래도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비싼 돈 내고 고급 고기를 먹는데 태워먹을 수는 없는 법, 이모님이 조금 정신이 없어보이신다 싶으면 팁을 만원 정도 드리는데, 팁을 드리는 순간 내 테이블이 서비스 1순위가 된다. 한국에서, 그것도 고깃집에서 무슨 팁이야 할 수도 있지만, 참치 회집에 가서 주방장에게는 만원씩 턱턱 주면서 여기라고 못할 것이 뭐가 있나 싶다. 오히려 가격은 여기가 더 비싸다. 

 

맛 : ★★★★★

특양은 메불메가 갈리는 음식 중에 하난데, 나와 아내는 관자와 비슷한 특유의 식감이 좋아 극메인 음식이다. 특양은 위의 특성상 주름이 많고 신축성이 좋아 깨끗이 씻어내기가 어려운 부위이고, 손질 방법에 따라 잡내가 나기도 한다. 양미옥은 3대를 이어오며 노하우를 축적해서인지 고기 자체가 한눈에 봐도 깨끗했고, 잡내도 전혀 없었다. 함께 나온 양념장도 조화가 아주 좋았으며, 곁들인 반찬도 깔끔하고 고기와 잘 어울리는 구성이었다. 한 마디로, 그냥 잘하는 집이다. 

 

여기 냉면 특이하고 맛있다. 냉면맛집이라해도 손색이 없다.

후식으로는 물냉과 비냉이 있는데 나는 물냉으로 이 집이 잘하는 집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비냉은 양념 맛이 강해 대충 만들어도 보통 맛있는데, 물냉은 육수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물냉을 시켰는데 의외의 맛에 아내와 나 모두 깜짝 놀랐다. 육수를 어떻게 우려냈는지, 다른 냉면집과 다르게 진하고 구수하면서도 달착지근한, 단짠 맛이 있었다. 그게 과하지 않아 냉면을 먹는 기분은 충분히 내면서도 맛이 좋아 이 정도면 냉면 맛집이라고 분류해도 될 정도였다. 마무리까지 아주 만족!


을지로는 원래 아재들 천국이었다. 양미옥은 아재들의 천국 중에서도 신규 계약을 따내서 기분이 좋아지신 부장님을 꼬셔서 가거나 돈 꾸고 도망간 친구를 10년 만에 다시 만나 빚 청산을 하는 등의 특별한 날에 갈 수 있는 귀한 곳이다. 그런데 요즘 을지로가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힙지로다 뭐다 하며 젊은애들이 기웃거리느라 사람도 많고 주차도 번거롭고 직원분들도 불친절해지고 있다. 가격도 오르고 일본인들도 많고 식당이 썩 깨끗해 보이지도 않고 그렇다. 그러니까 오지 마... 나만 가고 싶단 말이야...

2019년 10월 19일 발행 by Cheolso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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