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맛집 - 180만원 짜리 인생도너츠 feat. 코나커피
하와이여행의 즐거움이라면 첫째는 빼어난 자연 경관, 둘째는 다양한 액티비티, 셋째는 맛있는 음식이다. 라고 쓰고 싶지만 셋째는 솔직히 거짓말이다. 하와이의 자연 경관은 정말 신께서 너무 편애하셨다 싶을 정도로 뛰어나다. 하지만 하와이 사람들이 자연에 너무 만족해서인지, 음식은 솔직히 그닥 맛있는게 없다. 전통음식이라고 해봐아 아사이볼, 포케, 로꼬모꼬(하와이 스타일 함박스테이크) 정도인 것 같은데, 그마저도 맛집을 찾기가 힘들다.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는지,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딱 맞는 빵집이 있다.
※미리 알아두면 좋은 정보※
업체명: 레오날드 베이커리 (Leonard's Bakery)
업력: 1952년~ 현재 (우리 아버지보다 연세가...)
전화번호: 808-737-5591
영업시간 : 24시간
Wi-Fi: 불가
주차: 가능
반려동물: 가능
공부하기: ★★ (매장 밖에 벤치 3개 있음. 앉아서 공부하면 미국 아줌마한테 혼날듯)
데이트: ★★★★ (맛있어서 뺏어먹고싶음)
일하기: ★★(코나커피한 잔이랑 곁들여 먹으며 벤치에서 일하면 끝내주는데 어쨌든 미국 아줌마한테 혼남)
커플: 많음
가격: 말라사다 개당 $1.3 / 코나커피 $2 / 각종 기념품과 티셔츠들은 $15~20불 (2019년 10월 기준)
주소: 11933 Kapahulu Ave, Honolulu, HI 96816 미국 (테이크아웃 가능, 배달 안됨)
호놀룰루 다운타운에 위치한 레오날드 베이커리는 백종원의 하와이맛집으로 이미 유명하다. 아침 여덟 시에 방문했는데도 이미 사람들이 줄을 서서 주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갓종원...
말라사다는 도너츠의 포르투갈 버전으로, 가운데 구멍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구멍이 없으니 먹는 재미는 오히려 원조 도넛에 비해 떨어지긴 하는데, 맛만 있으면 되지 뭐. 모든 도넛이 그렇듯이 도우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레오날드의 말라사다의 경우 도우에 미원 한꼬집이라도 넣었는지, 묘한 감칠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말라사다는 겉에 묻히는 가루에 따라 3종류를 판매하고 있다. 1.그냥 설탕, 2.시나몬, 3.리힝! 이라는 단짠가루이다. 개인적으로 그냥 설탕 버전은 망원시장에서 판매하는 갓 튀긴 꽈배기가 생각나는 맛이었다.
때문에 말라사다가 너무너무 먹고 싶은데 하와이에 갈 돈이 없다면, 망원시장으로 달려가 가장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선 꽈배기 가게 앞에서 갓 나온 꽈배기를 먹으면 된다. 근처 카페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뽑고 구글맵에서 와이키키 해변 사진을 검색하여 한 입 먹을때마다 와이키키 한 번 쳐다본다면, 뭐 얼추 비슷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말라사다를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망원시장 꽈배기를 인정하는 것일 뿐...
하지만 리힝(Li Hing)은 다르다. 가루 색깔부터 일반 설탕과 달리 갖은 양념이 배합된 듯 붉은 빛이며, 뭐랄까 고속도로 휴게소의 근본 없는 불량식품에 뭍히는 양념이 떠오르는, 저거 100% 맛있는건데 왠지 많이 먹으면 배탈날 것 같은 그런 가루 있잖은가. 딱 그 맛이다. 상콤하면서도 달콤하고 짭쪼름한 맛인데 질리지가 않는다. 처음 한 입을 베어물고 오잉? 한 다음에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두 번째 도넛을 쥐고 있다. 그러니 나처럼 두 번 줄서지 말고, 하나만 먹고 다른거 먹으러 가야지~ 라는 생각도 하지 말고, 처음부터 두 개를 사는 것을 추천한다.
빵만 파는것이 아니라 코나커피도 팔고, 귀여운 티셔츠와 텀블러 등의 기념품도 함께 팔고 있다. 하와이의 물가를 생각하면 나름 고퀄리티에 가격대도 합리적이니 나중에라도 말라사다를 추억하고 싶다면, 혹은 낯선 사람과 Ice Breaking을 할 소재를 갖추고 싶은 사람이라면 하나쯤 집어와도 좋다. "앗! 티셔츠가 예쁘네요. 어디꺼에요?" "네 이 티셔츠는 호놀룰루의 대표 빵집인 레오날드 베이커리에서...중략... 말라사다는 포르투갈 도넛인데... 중략... 코나커피랑 같이 먹으면 기분이..." 훌륭한 이야기거리가 될 것이다. 아, 물론 나는 안샀다.
2019년 10월 10일 발행 by Cheolso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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